[아시아타임즈] [칼럼] 관객 입장서 대체로 뾰족한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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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푸름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강사 |
한때 극장에서 영화를 많이 관람했었다. 최소 월 2편 이상 봤고 연 30~40편은 보던 상황이었다. 중소규모의 작품까지 챙겨서 볼 정도로 한국영화를 즐기던 관객이었고, 그래서 영화산업 관련 논문을 7편이나 작성하기도 했다.
그때 발견하던 것 중 하나는 한국영화는 대체로 ‘뾰족하다’는 것이다.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흥행성과와 상관없이 날카로운 모양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분명 다양한 장르의 다른 소재를 다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평가는 큰 틀에서 다르지 않았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CGV의 시스템을 알아야 한다. CGV에서는 각 영화에 대한 실관람평들과 동시에 감독연출, 스토리, 영상미, 배우연기, OST 등의 5개 항목으로 작품을 평가할 수 있다. 점수들을 합치면 하나의 모양으로 완성되고 관람 포인트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가장 최근에 천만영화가 된 ‘왕과 사는 남자’는 스토리 24점, 영상미 14점, 배우연기 40점, OST 7점, 감독연출 16점이다. 그리고 관람 포인트는 ‘배우연기가 메소드급인 몰입하여 보게 되는 영화’이다. 그런데 최초의 천만영화인 ‘실미도’의 경우 다르지 않다. 전반적으로 더 높았지만 비슷한 점수를 받았고 마찬가지로 ‘배우연기가 메소드급인 몰입하여 보게 되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럼 다른 천만영화들은 다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KOFIC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천만영화 총 32편 국내제작 23편이다. 영화마다 영역별 점수 차이로 인한 크기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비슷한 뾰족한 모양이었다. 모든 작품에 ‘배우연기가 메소드급’이라는 말이 존재했고 몰입감·공감·즐거움·감동·스트레스 해소 등의 감정 평가와 어떻게 어우러지는가에 따라 조금 다른 결과가 나타날 뿐이었다. 반면 해외제작 9편의 경우 영상미, OST를 중심으로 관전 포인트를 받았고 모양을 살펴보면 크기의 차이만 있을 뿐 한국 영화보다는 오각형에 가까운 상황이다.
관객의 평가를 바탕으로 보면 결국 영화들이 그 모양으로 제작됐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한국 영화산업과 시장의 흥행전략을 정의하면 ‘적당한 소재에 대중적으로 거부감 없는 스토리를 전개하며 좋은 배우들의 명연기를 바탕으로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제작비에 따라 출연 배우가 달라지고 개봉 스크린 규모나 마케팅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결론적으로 한국영화는 특정 뾰족한 모양으로 오랜 시간 유지되어 왔다. 그리고 최근 가장 화제가 되는 ‘호프’를 두고 보면 관객들이 불편함과 거부감을 쏟아내는 이유도 이 때문이지 않은가 싶다. 새로운 종류의 익숙하지 않은 낯선 뾰족함을 만났기 때문에 느낄 수밖에 없는 거부감 말이다. 오랫동안 유지된 한국 영화시장과 맞춰서 형성된 개인의 취향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다양한 작품이 많이 등장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